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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113_[천서봉] 매일 매일 매미

 

 

 

 

 

 

 

[천서봉] 매일 매일 매미

 

 

창문에 매달린 얼굴이, 매달린 얼굴이 당신이

 

계통수 사이 줄줄 흘러내리는 여름의 질병력이

 

지평선 너머 불행이 쏟아진다고 말하는 입이

 

살을 녹이는 햇살과 소용되지 않는 내일의 문법이

 

몸에 스며 되돌아 나오지 않던 바람의 결심이

 

죽어가는 숲과 잠재된 뿌리의 질긴 싸움이

 

허기를 배우고 재난을 익히는 아이들이, 그 눈이

 

말이 안 되는 말과 빛나지 않기로 작정한 빛이

 

그해 여름 목 밖으로 꺼낼 수 없던 앙상한 비명이

 

울어도 울어도 끝내 다 울지 못하는 치명이

 

창문에 매달린 얼굴이, 매달린 얼굴이 당신이

 

 

 

『발견』ㅣ 2014년 봄호

 

 

 

 

세월호에 탄 많은 아이들이 너무나 긴 여행을 떠나버렸다

 

이런 슬픈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분노하거나 침묵하는 일이 전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부끄럽다

남탓하며 분노하는 일조차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