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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115_[천서봉] 7월의 복합

 

 

 

 

[천서봉] 7월의 복합

 

 

우리는

갈 데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연습

가령, 비를 가진 구름의 형태에 관한 연구처럼

우리는 한 발을 내딛는다

 

발끝에서 7월이 시작되고

 

우리는 소나기를 어느 모서리에 맞추어야 할지 몰라

밤에도 하고 낮에도 하고 그러나 중얼거리는

무지개 때문에 도무지 겹쳐지지 않는 슬픔

되돌아 와서 어디까지 갔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문장

이것은 우리가 처음 발견하는 여름, 찢어져도 괜찮아

연습이니까 가령, 중독되지 않는 고독에 관한 연구처럼

우리는 뜨겁게 반복되고 그리고 버려질 거야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7월에서 끝나버린 발끝

 

어떤 연습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으므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

영영 못 돌아올 거야 우리에게 헌신하는 7월은

참 착하지 갈 데까지 갔다가 녹아버린 얼굴은

얼굴 없이 되돌아오는 우리의 슬픔은

 

 

 

『문학사상』ㅣ 2014년 7월호

 

 

 

 

새롭게 한 발을 내딛는 것은 처음 내딛었던 그 발을 잊지 못하는 일의 반복일 뿐이다.

유비와 복합은 감히 닮아있기에 시에 내 어리석음들을 새겨두는 이런 어리석음을 번번이 범한다.

7월이 지나가는 것은 고맙고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