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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116_[천서봉] 문을 위한 에스키스

 

 

 

 

[천서봉]門을 위한 에스키스

 

 

 

낙원을 찾아 헤매다 이렇게 늙어버렸다 수많은 문을 닫고 문에서 나왔다

 

소슬한 사람과 몸을 섞다 배워버린 키스 때문에 내 문장은 사막이 되었다

 

똑같은 사랑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모든 신음을 문에게서 배운 까닭이다

 

聞에 가만히 귀 대보면 그 반대편에 누군가가 숨죽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들어왔으니 나온 것이고 당신을 떠나 비로소 당신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이 밤에 별자리 하나 찾아들지 못한 것이 문이 내게 준 유일한 절망이다

 

그러니 낙원이 아니길 바라며, 불완전한 11월은 끝내 불완전하길 바라며

 

쓴다 문밖에서 외로이 나를 기다리는 낙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問,

 

악한 짐승과 조우하거나 열등했고 당황했던 순간이 모두 문이었음을 안다

 

이렇게 늙은 밤에, 모든 문에는 神이 살고 있다는 말을 가까스로 생각했다

 

 

 

『포엠포엠』ㅣ 2014년 여름호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나를 더럽힐 때도 있다

 

스스로에게 말을 거느라 나이 들수록 혼잣말이 많아지고

 

내 반대편에 있던 당신아, 불완전했으므로 우리가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