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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112_12월13일 새벽

 

 

그래도 시를 쓰던 날들은 무언가 할말이 있었다는 것이겠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견디는 일은 더없이 고통스럽다.

종일 눈이 내렸고 어두웠지만

끝내 아무것도 덮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들, 더 선연해지는 것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렇게나 붐비는 일이라면

공허의 중심에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견디고 있는 것인가.

당신을 견디고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