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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123_[천서봉] 시를 읽는 몇 가지 이유

 

 

 

[천서봉] 시를 읽는 몇 가지 이유

 

 

겨울 다음에 봄이 오기로 한 지구의 약속 때문이다

친구처럼 건너오는 비의 목소리, 잘 있었니

社會는 여전히 도착하지 않은 운명을 두려워하고 그래 그래

네가 돌아오지 않는 일만이 우리를 유효하게 만들지

어떤 규칙들을 어기면서 나는 비로소 나를 떠올린다

소독을 알리는 스피커, 벌레보다는 소문이 더 무서운데 아저씨,

네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창밖 나무들은 혁명처럼 서 있다

상인들이 불빛을 꺼내드는 저녁에는 그나마 그 불빛 아래 숨을 수 있다

똑똑똑 수도꼭지로부터 고독이 떨어지고 일부러 조금

열어둔 것처럼 마음 들키고 싶을 때 다시 봄은 온다

여전히 하찮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울 때문이다

 

 

『문학선』ㅣ 2017년 겨울호

 

 

 

[단상]

 

정선 누나, 지호 누나, 전영관 형, 한우진 형과 어느 가을 산사에 놀러 갔었다

그 산사 어느 한 귀퉁이에서 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우리는 어느 귀퉁이에서 각자 시를 읽고 있고

시간은 점점 흐르고 우리는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아니 살아가고 있을것이다

상처 뒤에 다가올 행운을 빈다 나를 스쳐간 모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