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봉] 플라시보 당신
저녁이 어두워서 분홍과 연두를 착오하고
외롭다는 걸 괴롭다고 잘 못 적었습니다 그깟
시 몇 편 읽느라 약이 는다고 고백 뒤에도
여전히 알알의 고백이 남는다고 어두워서 당신은
스위치를 더듬듯 다시 아픈 위를 쓰다듬고,
당신을 가졌다고도 잃었다고도 말 못하겠는 건
지는 꽃들의 미필이라고 색색의 어지럼들이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 발 다가서면
또 한 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현대시』ㅣ 2015년 6월호
[단상]
더불어 발표한지 꽤 되는 시 한 편을 연이어 올려둔다
그러고 보면 나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들을 꽤 많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