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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122_[천서봉] 플라시보 당신

 

 

[천서봉] 플라시보 당신

 

 

저녁이 어두워서 분홍과 연두를 착오하고

외롭다는 걸 괴롭다고 잘 못 적었습니다 그깟

시 몇 편 읽느라 약이 는다고 고백 뒤에도

여전히 알알의 고백이 남는다고 어두워서 당신은

스위치를 더듬듯 다시 아픈 위를 쓰다듬고,

당신을 가졌다고도 잃었다고도 말 못하겠는 건

지는 꽃들의 미필이라고 색색의 어지럼들이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 발 다가서면

또 한 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현대시』ㅣ 2015년 6월호

 

 

 

[단상]

 

더불어 발표한지 꽤 되는 시 한 편을 연이어 올려둔다

그러고 보면 나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들을 꽤 많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