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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04




#004 _ 나의 시는


내 詩는

수 만장의 나뭇잎처럼 자잘 할 것

소소한 바람에도 필히 흔들릴 것

그러나 목숨 같지 않을 것

나무 같을 것

또한 나무 같지 않아서 당신에게 갈 것

입이 없을 것 입이 없으므로

끝끝내 당신으로부터 버려질 것.

 

 

상기한 글은
출간될 시집의 맨 앞에 쓰여질 '시인의 말'이 될 것이다
나에게 쓰는 나의 정언명령은,
그러니까 '바람' 같은 것이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 혹은 가 닿았으면 하는
그 어딘가를 나는 아직도 희망한다
요절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 젊다 아니 적어도 젊다고 생각한다.

가지 못할 길은 없다 지금부터,
좀 더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