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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026





#026_아버지


뿌리내리는 아버지  


곧게 자란 미루나무 아니더라도 씀바귀나 쑥부쟁이들, 바람과 눈맞추며 하늘하늘 놀아날 적에 한번 생각해봐. 부풀어 오른 대지의 끝을 제 손톱 휘어지도록 버티고 있을 뿌리들, 그 주춤거리는 마찰계수나 절망에 관한 不朽의 공식 같은 거. 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들리나요? 빛의 어깨들이 절겅거리는 소리.


소풍 같은 봄날, 아들은 고작 아비가 되고 유년의 윗목을 얼리던 자리끼 한 사발 같은 아비가 그 아비의 쓸쓸함을 배우는 동안 끝끝내 침묵하던 벼랑의 경사나 들녘의 일몰 같은 거, 얘야 모로 눕지 말거라. 棺은 너무 넓구나. 볕 좋은 울타리 넘어 제 불알 흔들며 자라나는 잎맥이라면, 가등 아래 모여 솜털처럼 수런거리는 네가 잎잎이라면, 한번 생각해봐. 조록조록 언 땅 녹이며 빗줄기 갈마들 때 무한정 어두운 술청으로 스며드는 아비와 그 아비들의 무수한 손톱에 낀 첩첩한 저녁 같은 거.


어둠을 물어뜯는 푸른 이빨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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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젠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차원이 아니다
힘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까닭에
유난히 귀여움을 받는 주원이, 주원이가 커가는 모습을
오래 오래 지켜보고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
정말 그뿐이다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