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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 500CM

#090_[천서봉]매독을 앓는 애인 [천서봉] 매독을 앓는 애인  秋.예감들이 가렵다 지난여름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누워있던 당신 배꼽부근에 선을 그었다 세월이 나를 여기 이앙(移秧)한 날들로부터 수없이 흘러간 바람의 지문들, 숨어있기 좋지요 숨어있기 좋다는 건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는 어둠과 제일 가깝다는 말이니까요 근친은 가진 구름이 많아 비와 바람이 잦습니다 저는 사업자가 아니니 양도세만 물겠어요 구청을 돌아 나오며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병이 아닐까 생각했다  冬.태양은 책 속에서만 빛났다 금방 사라진다 공포가 기능하지 않는 악마는 내가 끼적이던 문장을 닮았다 서럽게도 그러고 보니 대체로 화분에 꽂힌 식물은 말이 적다 생각지도 않았던 생각들이 피어나는 감염의 .. 더보기
#087_[천서봉]아가미 [천서봉] 아가미   #a  사랑은 네 기억 속에서만 유효했던 어둡고 서늘한 혁명  아코디언 연주가 그렇게 시작되고   나와 너의 고막은 침묵으로 찢어졌다  다정한 매춘부들이 다가와 과거를 문진하고  읽을 수 없는 무늬들을 그려놓고 법사들이 떠나갔다  턱 밑에 모인 짐승들이 사라진 시간의 문장에 대해 연구했다  입에 물었던 물음표를 최초의 슬픔이라 기록했다  밤마다 살진 울음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b  겨울이 발광했으므로 제법 잘 정련된 물고기의 비늘과 키스했다 아침부터 외로워져서 나는 이별한 애인에게 전화하고, 미친놈아 끊어, 끊어진 수화기에 대고 휘어진 물고기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