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X-1

#032 #032_램프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흰색 형광등이다 집을 이사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중 하나가 모든 형광등을 살구색으로 바꾼 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서재의 형광등은 아예 빼버렸다 사실 서재의 위치는 북쪽이라,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지다 그럼에도 사진의 저 램프 하나로 3년을 버텼다 밝은 곳에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징크스 같은 거였다 그러니 나의 글은 저 램프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 보면, 삶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청난 예술적 감각을 타고 나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것들에게서 오히려 영감을 얻으며 살았냐 하면 그렇지 못했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많았던 고민, 조금 더 많았던 욕심, 비대했던 자아, 뭐 그런것.. 더보기
#025 #025_동네, 사라져가는 "당신이 살고 있듯 나 또한 살고 있습니다" 버려진채로 맞지 않는 시간을 돌고 있는 시계. 신문이 더이상은 오지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더께를 더해가며 쌓여가는 소식 따위 넘어지고 쏟아진 채로 자라는 풀들. 희망 같던 작은 창도 이제 모두 사라질 것이다 헝클어진 모습들, 어떤 불길한 직감을 간직한 표정들.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저렇게 흐르던 시간이 있었으므로. 재개발되는 동네에 대하여 나는 단지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리고 늘 곁에 있었으면 했던 것들을 멀리 보내기 위하여 내가 버티듯, 당신도 버티고 있을 것을 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