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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_[천서봉] K의 부엌 [천서봉] K의 부엌 이제, 불행한 식탁에 대하여 쓰자 가슴에서 울던 오랜 동물에 대하여 말하자 가령 상어의 입 속 같은 식욕과 공복의 동굴 속에서 메아리치는 박쥐의 밤들 들개의 허기와 늪처럼 흡입하는 아귀, 그 비늘 돋는 얼굴에 대하여 말하자 하여 病의 딱딱한 틈에서 다시 푸른 旬을 발음하는 잡식성의 문명에 대하여 말을 가둔 열등한 감자와 그 기저의 방에 묻힌 다복한 주검에 대하여 말하자 기어이 모든 숨을 도려내고야 말, 아름다운 칼들 붐비는 K의 부엌으로 가자 딱딱하게 굳어 기괴한 신탁의 소리를 내고야 말 혀에 대하여 마침내 말하자 간이나 허파 따위를 담고 보글보글, 쉼 없이 끓는 냄비 속 레퀴엠에 대하여 고백하자, 우리가 요리하고 싶던 오른손, 침묵이 끊어내고 싶던 침묵에 대하여 『창작과 비평』ㅣ .. 더보기
#079_[김병호]시 [김병호]시  내게서 증오를 훔쳐 가지 않고서야미쳤다고 들풀은 수액을 끌어올려이슬을 달았을까 기도에게 약속을 구걸하지 않고서야미쳤다고 허공은 안개를 쥐어짜한 획 휘파람을 날렸을까 무료하게 긴 복도를 서성이며콧물을 빨다가 내장까지 들이마신공복의 저녁을 낙타가 지난다 연기를 채집하는 아이가 지난다어둠을 빼앗긴 그림자가 지난다내게서 두려움을 추출해 스스로 땅거미 지는미친 글자들, 심연의 야윈 잔등  김병호ㅣ『포이톨로기』 문동 [단상]  누가 내게 시의 끝은 어딘지 좀 가르쳐줄 순 없나? 그런 곳이 정녕 있기는 한가? 한 권의 시집을 다 읽고 난 뒤에그 시집의 반도 읽지 못했다는 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