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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_[천서봉]강점기 [천서봉]强占期 별들 무수한 마당에서 우리 나눌 것이 섹스 밖에 없었을 때 자니? 내가 너에게 물을 때, 여전히 내가 너를 잘 모를 때 별빛이 젖은 이마를 만지고 검은 씨앗의 근 미래를 점칠 때 그냥 웃어야 할까? 모아둔 알약의 유통기한이 막 지났을 때 피학이 피학의 뒤를 밟을 때 여태 우리가 비언(鄙言)일 때 신비한 병질의 몸놀림에 허기질 때, 하여 아직 견딜 만할 때 몽담(夢譚)같은 물고기 되어, 눈치 없이 예쁜 아가미가 되어 네 손에 연한 숨을 넘겨줄 때, 떨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나, 철없는 도둑처럼 흐느낄 때 『미네르바』ㅣ 2012년 겨울호 [단상] 사람은 자라는 것이다 키도 마음도 모두 다 자라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자라야할 것이다 아름답지 못한 나는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나무처럼, 당신.. 더보기
#036 #036_사진 아마도 저 사진이 수 년전 내 롤플의 첫 롤이었지싶다 폐가의 어느 방에 내리 비치던 햇살, 그러나 저 때만해도, 사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그냥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 되고, 못찍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러던 사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느 날에서부턴가 도드라져서 나는 왜 이렇게 사진을 못찍는가, 부터 시작해서 그 사실이 점점 부끄러워지고, 화가 나고, 마치 시를 습작하던 시절처럼, 사진에 대한 욕심이 커지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사진은 초보에 불과하다 즐거운 초보... 마음을 찍지 못하고 몸을 찍는, 순간을 찍지 못하고 그저 움직임을 찍는, 그건 여전히 내 감성이 모자라서라 나는 생각한다 같은 카메라로 같은 장면을 찍어도 백이면 백, 찍는 사람에 따라 다른 사진이.. 더보기
#024 #024 _ 도망쳐 온 곳, 여기 너무 조용한 이곳에 들어오면서 조용한데, 너무 조용한데, 라고 혼잣말을 하다가 -맞아 여기는 내가 도망쳐 온 곳이지 그걸, 그 사실을 자꾸 잊는다 모든 것을 계획 아래 만들어 가는 것과 그냥 물 흐르는대로 나를 맡기는 것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시간은 여전히 그냥 흐르지 않네, 나를 만지면서 나를 때리면서, 그렇게 그렇게 더보기
#021 #021 _ 사람에 대한 후기 L씨는 너무 소심해 J씨는 너무 약았어 H씨는 너무 밝혀 K씨는 너무 게을러... 나는?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