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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32




#032_램프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흰색 형광등이다
집을 이사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중 하나가 모든 형광등을 살구색으로 바꾼 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서재의 형광등은 아예 빼버렸다
사실 서재의 위치는 북쪽이라,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지다
그럼에도 사진의 저 램프 하나로 3년을 버텼다
밝은 곳에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징크스 같은 거였다
그러니 나의 글은 저 램프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 보면, 삶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청난 예술적 감각을 타고 나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것들에게서 오히려 영감을 얻으며 살았냐 하면
그렇지 못했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많았던 고민, 
조금 더 많았던 욕심, 비대했던 자아,
뭐 그런것들이 나에게 시를 쓰게하고 사진을 찍게 한 것 뿐이다
 
예술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일전에 언급했던), 그게 나다
나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으며
나를 갉아먹고, 나를 파먹으며 살았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많지만
무엇보다, 누구보다

내가 나에게 용서를 구해야하는 때
문득 내 나이는 그런 나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