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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35




#035_글이라는 것


시인 L씨의 새로나온 두 번째 시집을 읽다가...
실망스러웠다 사실, 꾸준히 자신의 글을 써내는 그가 괜찮아보였고
그래서 두 번째 시집도 구입하게 된 것이지만
가슴으로 쓴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말들을 뒤틀어볼것인가에 대하여만 생각하는
시인의 집착만 느껴졌다 시는 없고, 평론을 의식한 시인의 의도만 가득한 책
짜증스러웠다 솔직히, 그 짜증은 시집을 향한 것만은 아니어서
같이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하지 않겠느냐는...
자책과 실망감, 그런 복잡한 마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내 마음과 뒤섞여서 
더 괴로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의도하는 것과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그 사이에서 나도 방황중이니까.

소위 엘리트 시인들이 쏟아내는 그 엉망진창, 근본없는 난해함들
이해한다 나는 이해한다 덩달아 그 난해함에 편승해 유식한 척 좀 해보겠다는 평론가들
그럼, 그렇다면 나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없지, 없어서 괴로운거다.

각설하고

마음의 기저로부터 글이라는 것은 출발해야한다고 나는 믿는다
머리로 쓴 것, 그것은 잘 쓴 것일지 몰라도
좋은 글은 아닌 것이다

두 번째 시집은 사지말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그런 거겠지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시인 L씨의 글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