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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41





#041_방과후 미술실


최소한 시집 안에, 내 아이에게 남겨줄 하나의 메시지는 넣어야 겠는데
구상만 있고, 도무지 구체적으로 잡히질 않는다
시집이 늦어 지는 이유에 대하여 문학동네를 탓할 것도 아니고,
K시인을 탓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털고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참 무기력하고 안타깝다

와중에 회사가 재편되고 있다
칩거 중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참 고역이다
즐겁지 않는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나의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것
그걸 피하고 싶어서 참 이렇게 혼자 버텨보지만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빈 교정에서 한 아이가 홀로 그림을 그리는 그런 장면
그걸 방과후 미술실이라 하면 어떨까
작은 도화지가 모자라, 큰 운동장을 도화지 삼아 그리는 그림,
생각보다 더 큰 것들을 감당해내는 아이의 마음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갖가지 상념들의 쓸쓸함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