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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44




#044_담양에서


아내는 내게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고 했다,
쓰다가 안 써도 그만인거잖아,
그래, 그렇지, 난 웃고 말았는데...
아마도 시작에 대한 과다한 고민이 겉으로 드러났었던 모양이다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오랜 트마우마를 시로 보상받고자 했는지 모른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적어도 시에 대해 초조해한다면
타인에겐 그렇게 비춰질만도 했구나 싶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시를 쓰는 일이 즐겁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뭐 이런 것들은 그냥 시작에 동반하는 당연한 것들이니까

담양에 와서 많은 시를 썼다 물론, 모두 초고이지만...
늘 시작은 그런 거니까

문제는 언제나 시가 아니라 삶인 것이지
그걸 잠시 잊을 때가 있다
내 마음 가장 고독한 곳으로 들어가 보는 일,
거기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귀를 대어 보는 것
시는 거기까지, 그러나
행동할 것, 시에 머무르지 말고 살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