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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047_[천서봉]발산하는 詩

 

                                               사진_B동_천서봉


[천서봉]발산하는 詩


무언가 증식한다고 느끼는 밤, 눈 온다
취한 네게 내 손가락을 먹이던 그 밤이다

그것도 나무라고
한꺼번에 새들을 쏘아 올리던 자잘한 나의 계통수

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 없는 우리, 우리는
작은 점 하나에서 장히 왔다 여기까지

그리고 아픈 남자만 사랑하던 여자의, 그 남자들
여자가 아껴먹던 저녁의 국수들

혼종을 발음하면 따라오는 죽이나 밥
불어나던 다중의 의태들, 웃으면서 너는 운다

낭인(浪人)이 점괘를 쥐여 주고 떠난 일요일 오후
슬픔이 점령하는 작고 귀여운 너의 식민지


* 어쩌면 이 시와 당신은 무한히 번식할 것만 같다. 잠에서 잠으로만 옮겨가는
어떤 병처럼 음계에서 음계로 넘어가는 집시처럼 감염되고 중독되는 감정들은
언제나  나보다 몇 걸음 저 앞에 가있다. 긴 잠자리채 같은 내 도덕이 우스꽝스
럽다.  그러나 감정이 발산할 수 있음은 여전히 다행이다.  때로는 수분처럼 스
몄다가  또 때로는 불꽃놀이처럼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 마침내 화마로 분해 활
활 타오르기도 한다. 당신에게 가기도 하고 못 가기도 하면서 변덕으로 다복해
지는 몽마(夢魔).  그러므로 나는 떠나서 되돌아오지 않는 감정들을 평생 기다
리며 부끄러워야 한다. 수오란 원래 거울의 속성을 지녔지만 거울을 오래 겨울
처럼 지니다보면 우리는 하나처럼 더워진다. 다시 예감컨데 이 시와 당신은 무
한히 내게로 수렴할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견뎌야 한다. 나의 수오가 나보다 더
부끄러울 것이므로. 나도 사람이라고 12월에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문장 웹진 ㅣ 2012년 2월호


[단상]
책을 읽다 돌아보니 문득 새해도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