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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055_[천서봉]습관들

 

 

 

[천서봉]습관들

 

1.

모래를 씹으며 당신을 생각한다

 

잠깐이지만 아직도 이 별에는 꽃들이 지고 핀다

 

어느 순간에는 귀가 커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불행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내가 내게로 불려와 무릎을 꿇는 밤에는 순리(順理)처럼 무책임한 단어가 없다

 

모를 일이지만 그건 꽃들 스스로도 고백할 슬픔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당신을 생각하면 모래가 씹혔던 것인데

 

지금의 나는 모래를 먼저 씹는다 입은 귀가 없어서 내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하고

 

2.

폭식 후에 구토, 수렴 후의 발산, 코기토 후의 숨, 그리고 마침내 긴 한숨

 

3.

이제 가끔은 모래를 씹어도 당신이 오지 않는다 슬프지만

 

어렵지 않다 이 문장은, 무언가 이상한데 모르게 자연스럽다

 

그저 꽃 질 때까지 봄이 오지 않은 것이라 쓰자 꽃과 봄이 그러하듯

 

당신과 모래의 관계에 대하여 나는 별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무랍 던지듯, 또 사막까지 걸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발견 웹진 ㅣ 2012년 봄호


[단상]

변화를 여기하는 힘이 자의든 타의든

모든 책임은 내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