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무 오래 사랑하다

#062_[천서봉]수목한계선

 

 

 

 

 

[천서봉] 수목한계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구석에서 종일 연애했다

겉장을 문지르면 따뜻한 물이 흘러나오는 그런 시집은 없을까

고작 몸에 꼭 맞는 고독으로 예견되는 우리가

형이상학의 계통수처럼 마주 걸려있어서 잠깐 웃었다

표정처럼 숨겨지지 않는 행불은 없을까

미친 듯 자라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그런 영혼보다는

절정에서 멈추어지는, 더 가지 않는, 표본 되는, 그런 따뜻한 불행은 없을까    

어둠속에서 흩어진 성기와 찌그러진 유방을 찾아 입는 동안

형식을 얻지 못한 물음들이 따독따독 잎으로 돋는다

창문이 생략된 방에서 계절은 냉장고처럼 다시 돌고

우리는 이대로 남극까지 흘렀으면 싶었다

당신은 쓸쓸한 내 詩가 싫다했고 나는 사람인 내가 싫었다

 

 

 

시인시각 ㅣ 2012년 여름호


[단상]

이렇게 오래 아픈 여름은 난생 처음이다

몸 보다는 정신에 혐의를 두는 나를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좋은 시집들이 쏟아진다

파묻혀서 행복했다

 

나는 시인들에게 가짜와 진짜를 묻지 않겠다

당신들을 보면 그 누구보다 마음이 먼저 아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