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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내리는 아버지

#070_[최승철]생각하고 있는 곰

 

 

 

[최승철]생각하고 있는 곰

 

 

낚싯대를 물고 간 물고기를 곰이라고 하자
심해의 색은 짙게 검푸른 동굴,
눈동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을 테니
파도에 거친 울음을 실어 보내는 곰의 포효.

 

곰은
바다에서 어떻게 상처를 발라낼 것인지
뼈마디가 드러날 때까지 입을 악물고
썩어가는 자신의 흉부를 묵묵부답으로 인내하는 자라면
백수광부처럼 분명 자맥질로 사라지게 될 것인데

 

곰은
바닷속을 자신의 입안이라 생각하며
끊임없이 숲을 헤쳐나가
물결의 파고를 나뭇가지 밀어내듯
앞으로만 갈 것인데

 

고개를 꺾어 자신의 등을 보지 못한 사람들
곽리자고가 노래 부를 때
곰은
당신이 품고 있는 반짝임 안에서
울음소리로 단 한 번에
잠원(暫原)의 모든 기억을 깨울 것인데

 

곰이
늘 지구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언제까지나 바다가 살아 있는 한
입에 걸린 낚싯대를 떼어내지 못할 테니
그것을 곰이라 하자

 

 

최승철 ㅣ『갑을 시티』 문예중앙

 


[단상]

 

우리 시대는 혹 깊이를 읽어낼 수 없는 시대가 아닐까,

아니면 깊이를 읽어낼 필요가 없거나,

 

그러나 그렇다해도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는 형의 서정시를 생각하는 중이다.

형이 창을 들고 다시금 나타나야했던 이유를 생각하는 중이다. 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