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무 오래 사랑하다

#075_[천서봉]142번지

 

 

 

 

[천서봉]142번지

 

 

 

누구도 어제를 기다리지 않아서 쌓인 눈은 더러워진다

여섯 개의 조가비는 내가 당신에게 끌린다는 뜻이다

인어와 술꾼들은 오로지 죽음을 향해 헤엄쳐 간다

할머니는 대상을 초월한다 모든 것을 견뎌낸 기억은

말이 아니라 소리에 가깝고 그래서 詩에 가깝다

구름 자체, 그것은 구름이 아니어서 더욱 구름답다

오래된 골목에는 기억으로 축조된 굴뚝이 여전히 자란다

그건 소문의 것이지만 나도 조금은 소유하고 있다

상징이란 代身의 뒤에 숨어 조용히 홀로 우는 일

혼자인 것과 혼자가 아닌 것이 대개 다르지 않았다

 

 

 

『시와 경계』ㅣ 2012년 가을호

 


[단상]

 

어릴 적, 20년을 살던 거기는 지금의 거긴가, 지금도 거긴가? 

기억에 빚을 진다는 것

 

이제 조금은 갚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 달간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정리했다

어디까지 끊을 것인지 어디부터 세 번째로 넘길 것인지

 

정리를 끝내며 알게 되었다

내 시는 이제서야 겨우 한 발을 내딛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