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임] 안개
바늘이 떨어진 시계가 걸린 좁고 흰 벽 앞에
한 사람이 손으로 입을 막고 앉아 있다
연기의 뼈로 세워진 창문은 일그러지며
구름처럼 그의 이마에 격자무늬를 남긴다
바람이 손잡이를 지워버린
문들이 이 마을엔 드문드문
축축하게 말린 소리만이
웅크린 손바닥 속에서 조금씩 어두워진다
이용임ㅣ『안개주의보』 문지
[단상]
시에서
결국 어느 순간이 지나면 다시 기교를 버리게 된다
그것은 순수하게 자기자신과의 일이고
누가 누구와 타협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는 결국 스스로의 요청에 의해 변화한단 이야기다
모르겠다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현명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던 내가
이 즈음 많이 흔들리고 있다 하긴
스스로를 현명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 시를 쓰고 있다고?
모르겠다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책이다
축하만으로도 모자란 시인의 첫 시집 앞에서,
많은 이에게 읽히는 시집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좋은 시와 시인은 결국 어떤 이에게든 발견되고 만다
감기가 낫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고
이것 참,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