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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내리는 아버지

#076_[이용임]안개

 

 

 

 

[이용임] 안개

 

 

바늘이 떨어진 시계가 걸린 좁고 흰 벽 앞에

한 사람이 손으로 입을 막고 앉아 있다

연기의 뼈로 세워진 창문은 일그러지며

구름처럼 그의 이마에 격자무늬를 남긴다

바람이 손잡이를 지워버린

문들이 이 마을엔 드문드문

축축하게 말린 소리만이

웅크린 손바닥 속에서 조금씩 어두워진다

 

 

이용임ㅣ『안개주의보』 문지

 


[단상]

 

시에서

결국 어느 순간이 지나면 다시 기교를 버리게 된다

그것은 순수하게 자기자신과의 일이고

누가 누구와 타협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는 결국 스스로의 요청에 의해 변화한단 이야기다

 

모르겠다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현명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던 내가

이 즈음 많이 흔들리고 있다 하긴

스스로를 현명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 시를 쓰고 있다고?

 

모르겠다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책이다

축하만으로도 모자란 시인의 첫 시집 앞에서,

많은 이에게 읽히는 시집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좋은 시와 시인은 결국 어떤 이에게든 발견되고 만다

 

감기가 낫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고

이것 참,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