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봉]强占期
별들 무수한 마당에서 우리 나눌 것이 섹스 밖에 없었을 때
자니? 내가 너에게 물을 때, 여전히 내가 너를 잘 모를 때
별빛이 젖은 이마를 만지고 검은 씨앗의 근 미래를 점칠 때
그냥 웃어야 할까? 모아둔 알약의 유통기한이 막 지났을 때
피학이 피학의 뒤를 밟을 때 여태 우리가 비언(鄙言)일 때
신비한 병질의 몸놀림에 허기질 때, 하여 아직 견딜 만할 때
몽담(夢譚)같은 물고기 되어, 눈치 없이 예쁜 아가미가 되어
네 손에 연한 숨을 넘겨줄 때, 떨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나, 철없는 도둑처럼 흐느낄 때
『미네르바』ㅣ 2012년 겨울호
[단상]
사람은 자라는 것이다
키도 마음도 모두 다 자라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자라야할 것이다
아름답지 못한 나는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나무처럼,
당신이 나를 지배하던 날들이 있었다
가끔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