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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도를 위한 에스키스

#092_미니카에 대한 추억

 

 

 

 

#092_미니카에 대한 추억

 

 

늦은 밤에 잠은 안자고 미니카 사진을 찍는

그러니까 미니카에 대한 추억은 거의 4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버지가 외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저런 미니카 몇 대씩을 사오시곤 했는데

초등학교 때인가 화가난 어머니께서 그것들을 다 갖다버릴 때까지의 10여년 동안

난 매치박스라는 영국제 미니카에 빠져살곤했다

 

그렇게 30년 넘는 세월이 지나고 어느날,

자동차를 무척 좋아라하는 딸아이에게 미니카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베이를 뒤지는데, 거기는 내가 가지고 놀던 1970년대 초에 생산된 미니카들이

'레어'라는 명목하에 아직도 거래가 되고 있었다

빨간색 페라리, 핑크색 지프, 하늘색 보트, 이런 이런 바로 저거였는데...

 

지금은 매치박스를 만들던 마텔에서 핫휠이라는

새로운 메이커의 미니카들을 만든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그밖에도 여러 메이커들이 예전보다는 좀 더 정교하고 멋진 미니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러스케일의 자동차 모형들이 있지만 내가 가지고 놀던 1/64 스케일은

내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다

사진의 저 로터스도 마찬가지다

결국 딸아이도, 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닮아 인형보다 자동차들을 좋아한다

닮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추억이나 기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아닐까

 

예전엔 물론 저 작은 모형이 지금보다 크게 느껴졌었다

아니 지금에서야 저 모형이 이렇게나 작은 것이었나, 알게 된다

무언가 수집하길 즐기는 내 버릇은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무언가 전해지고, 그런 아련한 생각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