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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사랑하다

#095_[천서봉]발목이 없는 사람

 

 

 

 

[천서봉]발목이 없는 사람

 

 

 

영혼에 관해 말할 때, 우린 자주 발목을 잃어버리곤 했습니다

 

발목이 사라져간 자명한 어제를 이제 상징이라 부르겠습니다 

 

어디선가 물이 끓는데, 돌고 도는 목성의 얼음띠 같은 영혼들

 

낯선 곳에서 잠을 깨는 일은 소멸에 가까워서 아름다웠습니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생각은 무너지고 나서도 다시 무너지겠죠

 

깊어지는 모든 것은 철학이 될 테고 자정은 비밀과 닮아갑니다

 

골목이 소매와 닮았습니다 점점 더 소문에 가까워지는 우리들

 

알아보겠습니까, 이제 물은 끓어오르다 못해 넘치고 있습니다

 

당신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 나는 당신 병이나 함께 앓았으면 했습니다

 

 

 

『시인동네』ㅣ 2012년 겨울호

 

 

 

[단상]

 

2011년 겨울부터 발표한 시가 마흔 편을 훌쩍 넘었다. 원고를 정리하고 또 다음 원고를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줄지어 가는 길은 여간해서 기쁘지 않다' 고 이문재 시인은 썼던가. 떠밀려 가는 것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