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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내리는 아버지

#091_[한우진]딸기

 

 

 

[한우진] 딸기

 

 

구름 때문에 바지가 흘러내렸다
문장 하나가 완성되자
꿀에 가까워지는 여자들,
늑골 사이로 저녁놀이 삐죽거린다

 

만조에 다다른 밀밭의 아랫도리,
여름의 발굽이 잇다홍을 퍼트린다
어떤 문장이 증발하기 전에
모자를 벗고 모자에
유두만 골라 따 담았다

 

 

한우진ㅣ『까마귀의 껍질』 문학세계사

 


[단상]

 

그러니까 좋은 시는, 언제 읽어도 좋다

아마 백 년 뒤에도 저 시는 그럴것이다

 

어제는 C시인과 J시인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어려운 시기에 다시 일자리를 얻으셔서 다행이다

 

사람은 언제나 사람 때문에 힘들다

그리고 내가 힘든 건 언제나 나 때문이다

 

미안하다 그리고 용서를 빈다

다 나 때문이고 다 구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