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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034_하늘색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나는 원고들을 만지작 만지작... 다시 보게 될거야, 저 푸른 하늘. 그러고 보면 하늘 만큼 다양한 색을 가진 것이 없는데 '하늘색'이라 말하면 나도 당신도 다 아는 바로 저런 하늘색을 말하는 것이지 '하늘'이라 발음하면 우리는 파랑으로 부터 조금 더 가벼워지고 마치 발레리나의 깨금발 뒷꿈치만큼. 꼭 그만큼 상쾌해 지는 걸 더보기
#033 #033_구름 내가 가졌던, 그러나 위독했던 한 떼의 구름들, 그녀들이 알선해 준 내 몽상의 일터엔 한 줄로 선 토끼나 양떼들이 슬픈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다. 구름이 나를 망쳤다. 너무 많은 하늘이 나를 스쳐지나 갔다. -졸시, 구름 편력 (일부) ************************************** 구름, 당신의 괘적을 담아보았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당신에겐 참 하고픈 말이 많아 당신은 꼭 떠나간 애인 같으니까 더보기
#032 #032_램프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흰색 형광등이다 집을 이사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중 하나가 모든 형광등을 살구색으로 바꾼 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서재의 형광등은 아예 빼버렸다 사실 서재의 위치는 북쪽이라,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지다 그럼에도 사진의 저 램프 하나로 3년을 버텼다 밝은 곳에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징크스 같은 거였다 그러니 나의 글은 저 램프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 보면, 삶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청난 예술적 감각을 타고 나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서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것들에게서 오히려 영감을 얻으며 살았냐 하면 그렇지 못했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많았던 고민, 조금 더 많았던 욕심, 비대했던 자아, 뭐 그런것.. 더보기
#031 #031_사진 사진들, 찍어보고 싶은 짧은 순간 비오는 날 웅덩이에 번지는 파문들 수줍게 웃는 소녀들 몽골의 어느 끝없는 들판에 펼쳐지는 쓸쓸한 일몰 손으로 직접 쓴 당신의 글씨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봄날, 그리고 더 더러워지기 전의 내 영혼 더보기
#030 #030_시집 교정지 시집 교정지가 출판사로부터 배달되어 왔다 사실 오랫동안 보아온 원고라 내가 다시 교정할 부분은 없어보인다 그저 목차를 다시 조정하고 몇 편을 추가하는 일 뿐. 시집은 내 십년 동안의 詩作을 마무리하는 일이지만 이것은 始作에 불과하다 두려운 것은 이제 부터다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십년 전, 습작을 시작하던 그 외롭던 시절의 내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보기
#029 #029_문 이것은 당신과의 약속 방으로 들어가는 세개의 문이 있다고 치자 즐거운 방, 쓸쓸한 방, 즐겁고 쓸쓸한 방, 내가 어느 방의 문을 열었을지 알아맞추었다면 거기서 만나 고기나 굽자 당신이여 더보기
#028 #028_바퀴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_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 바퀴라는 말에는 구불구불 울퉁불퉁한 우리 삶이나 길도 들어있고, 바퀴라는 말에는 오래된 나무의 갈라짐이나 쓸쓸함, 견.. 더보기
#027 #027_새벽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밤을 새는 일이 잦다 특히 마감일에는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충무로의 출력소와 사무실을 오가면서 하루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 밤이 다시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 그렇게 오고 가는구나 느끼면서 새벽엔 다 그렇게 아름다고 순해지는구나 고개 끄덕이면서, 그 뒤에 숨겨진 느끼지 못할 어떤 힘들을 느끼면서 모질게 굴었던 나의 과거에 용서를 구하면서 작업의 마지막날이라고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또 살아야겠구나 다시 한 번 마음 먹으면서 그렇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친다 그런 새벽엔 사진도 찍고 싶고 일과 관계없는 글도 쓰고 싶고 꾸벅꾸벅 졸며 카페에 오래도록 앉아있어 보고 싶고 어느 여관에 들어 미치도록 자보고도 싶고 등이 굽은 할머.. 더보기
#026 #026_아버지 뿌리내리는 아버지 곧게 자란 미루나무 아니더라도 씀바귀나 쑥부쟁이들, 바람과 눈맞추며 하늘하늘 놀아날 적에 한번 생각해봐. 부풀어 오른 대지의 끝을 제 손톱 휘어지도록 버티고 있을 뿌리들, 그 주춤거리는 마찰계수나 절망에 관한 不朽의 공식 같은 거. 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들리나요? 빛의 어깨들이 절겅거리는 소리. 소풍 같은 봄날, 아들은 고작 아비가 되고 유년의 윗목을 얼리던 자리끼 한 사발 같은 아비가 그 아비의 쓸쓸함을 배우는 동안 끝끝내 침묵하던 벼랑의 경사나 들녘의 일몰 같은 거, 얘야 모로 눕지 말거라. 棺은 너무 넓구나. 볕 좋은 울타리 넘어 제 불알 흔들며 자라나는 잎맥이라면, 가등 아래 모여 솜털처럼 수런거리는 네가 잎잎이라면, 한번 생각해봐. 조록조록 언 땅 녹.. 더보기
#025 #025_동네, 사라져가는 "당신이 살고 있듯 나 또한 살고 있습니다" 버려진채로 맞지 않는 시간을 돌고 있는 시계. 신문이 더이상은 오지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더께를 더해가며 쌓여가는 소식 따위 넘어지고 쏟아진 채로 자라는 풀들. 희망 같던 작은 창도 이제 모두 사라질 것이다 헝클어진 모습들, 어떤 불길한 직감을 간직한 표정들.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저렇게 흐르던 시간이 있었으므로. 재개발되는 동네에 대하여 나는 단지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리고 늘 곁에 있었으면 했던 것들을 멀리 보내기 위하여 내가 버티듯, 당신도 버티고 있을 것을 안다. 더보기
#024 #024 _ 도망쳐 온 곳, 여기 너무 조용한 이곳에 들어오면서 조용한데, 너무 조용한데, 라고 혼잣말을 하다가 -맞아 여기는 내가 도망쳐 온 곳이지 그걸, 그 사실을 자꾸 잊는다 모든 것을 계획 아래 만들어 가는 것과 그냥 물 흐르는대로 나를 맡기는 것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시간은 여전히 그냥 흐르지 않네, 나를 만지면서 나를 때리면서, 그렇게 그렇게 더보기
#023 #023 _ 무제 사람에겐 누구나 이상한 계절이 지나가곤 한다 그땐 잘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가 내게는 다시 오지 않을 이상한 계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술을 해야하는 사람이 삶을 배우느라 그 독특한 감성을 잃어가고 예술을 하지 말하야하는 사람이 예술을 하면서 사람들을 속인다. 내가 사랑했던 몇 몇의 예술가들을 떠올리면 아닌 것을 알면서 영영 그 곁에 머물러주고 싶었던 계절이 있었다 사는 일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한 평생 살고 싶었던 이상한 계절이 내게도 있었다 더보기
#022 #022 _ 여기는 그림자 속 _ 허수경 아마도 내가 당신을 잊어버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이렇게 잠 속에 든 당신 옆에 내가 누워 있겠는가, 이제 당신을 나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후략) *********************************** 아름다운 문장이다. 시를 어떻게 쓰는지 잊어가고 있다. 나를 잊어가고 있다. 나도 당신이 되어 가는가. 더보기
#021 #021 _ 사람에 대한 후기 L씨는 너무 소심해 J씨는 너무 약았어 H씨는 너무 밝혀 K씨는 너무 게을러... 나는?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까? 더보기
#020 #020 _ 우음도 L군, C군과 함께 출사를 다녀왔으니, 같이 사진을 찍었던 기억으로부터 3년만의 일이다 C군은 아들녀석과 함께 나왔고, 우리는 그새 많이 늙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기억을 나누어 가지고, 나누어 가진 기억만큼 우리는 좀 더 가까워 졌을 것이다 더보기
#019 #019 _ 사랑에 관한 짧은 몸살 지렁지렁, 사인곡선처럼 반복되는 환청 듣는다 별들이, 머리맡에 모여 묻는다 그립냐, 그립냐고 발음하는 그 발긋발긋, 열꽃들 이마에 필 때마다 창문은 제 흐린 예감이 가렵고 믈컹믈컹한 살 금방이라도 허물 듯 나는 헛땀 쏟는다 이제 곧 비가 오리라 살기 위해 머리 내미는 가느다란 기억의 농담(濃淡)들, 몸을 허락하는 것보다 사랑한다 말하는 일이 더 어려웠던 여자가 있어서 꼬물꼬물 콩나물 대가리처럼 피는 아픔 있어서 힘겹지만 아름다운 진흙 향기 하늘까지 오른다 머리가 끊어지면 꼬리가, 꼬리가 끊어지면 머리가 대신하는……, 추억의 몸, 몸들 왜 만질 수 없는 강박의 방들은 모두 환형(環形)인가 내 머릿속 황토밭, 지렁지렁 당신을 앓는다 『문장 웹진』ㅣ 2010년 1월호 더보기
#018 #018 _ 오늘 같은 밤 오늘 같은 밤엔 당신이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어 저렇게 우리 곁에서 잠깐 흔들렸던 풀만큼이라도, 더보기
#017 #017 _ 꽃이 없었다면 내 사진의 팔할은 꽃인데 꽃이 없었다면, 난 무엇을 찍었을까 H시인이 참 줄기차게도 오밤중에 전화를 하시는데 받을 수가 없다, 받아서 잘 있노라고 얘기를 할 자신이 없다 내가 H시인을 피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어디 아무도 없는 시골에 가서 시나 쓰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란 것을, 내 주위 사람들은 알기나 하는 걸까 P.S. 내게 오는 꽃들의 팔할은 당신이 보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더보기
#016 #016 _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그런 글, 이 글을 내가 알고 있는 누구도 읽지 않으리라는 안도감 그 길을 따라 여기까지 도망을 온 것이다 나를 알지 못한다면, 이 글을 읽어도 좋다 당신은 불특정다수이니까, 그래서 편하니까, 내가 사람을 믿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하여 Y시인은 역설이라 했지만, 실은 역설이 아니라 사실인 것이다 쓸쓸하지만, 나는 나조차 믿지 않는다 더보기
#015 #015 _ 무제 지나간 시간을 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지나간 사랑도, 지나간 기회도, 의미없이 그냥 지나가는 일은 없다 아플 일은 아파야하고, 후회 마땅한 일은 더 뼈저리게 후회해야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더 아플거라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더보기
#014 #014 _ 사진에세이집에 관한 목업 시집 출판이 가을쯤이라 보면 적어도 가을까지는 사진 에세이집에 대한 기본구상이 끝나야 한다 조금 한가한 지금, 실은 그 작업에 대한 목업이 필요하다 한가할 수록 더 시간을 쪼개야만 한다 느릿느릿 가다가는 결국 시나 쓰는 한량이 될 뿐이다 더보기
#013  #013 _ 이상한 꿈 어젯밤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아직도 그 꿈의 스토리들이 선명하다 그러나 현실만큼 불편하고 이상한 꿈이 또 있을까 도전이 없다면, 난 영영 꿈만 꾸게 될것이다 더보기
#012 #012 _ 좋은 것들만 생각해 그러기로 해 시를 쓰느라 아팠던 시간들은 조금 미루어 두기로 해, 나를 믿는다면, 나는 언제든 시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한동안, 한동안만 희망 같은 단어들만 생각하기로 해 더보기
#011 #011 _ 아내 아내는 언제나 밝고 활기차다 나와는 참 많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늘 고맙다 사람이란 건 참 다 다르다, 도무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고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예의를 상실한 사람도 많다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홈페이지에선 단 한 번도 아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그건 그들이 내 홈페이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고 글이란 누군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쓰면 솔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의 지지부진마저 흔쾌히 허락하는 당신을 보면, 모두 잘 될거라는 희망을 다시금 갖게한다 더보기
#010 #010 _ 열 번째 포스트 사실, 수많은 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계획적으로 사진을 찍어본 기억이 없다 가령, 어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원칙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나름 노림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한 번도 사진에 있어서 만큼은 그랬던 적이 없다 그건 어쩌면 사진이란 것에 대하여 어떤 부담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내 사진은 그때 그때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기종도 다양하고 필름도 다양하고 때론 디지털과 필름의 차이도 느껴지고 ... 처음으로 이렇게 내 사진에 대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시간들이 헛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무엇도 노력없이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가 그러했듯, 사진도 그럴 것이다 더보기
#009 #009 _ 청춘이라는 말 미쳐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무엇에든 한가지쯤에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미쳐있다는 것은 상처나지 않은 온전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는 것이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청춘'이라 부르면 어떨까 마음이 가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 유년도 가고 청춘도 갔다 슬프지만 이제 요절을 꿈꿀 수 조차 없는 나이가 되었다 자신에게 문을 두드리고 '누구 안계신가요?' 묻고 싶은 날들이라면, 당신도 지금 청춘은 아닌것이다 그러나 다시 미쳐볼 수 있다면 나는 그 곳이 청춘이라 믿는다 그것이 시든 산문이든 사진이든, 아니면 가족이든 사랑이든 삶이든, 그런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뜨거워 질 수 있다면 무언가의 가장 중심으로.. 더보기
#008  #008 _ 사라진 동네2 힘이 들땐 저 담쟁이의 손가락들을 잊지 말기 더보기
#007  #007 _ 사라진 동네 사진을 담았던 저 동네는 재개발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나 또한 그렇게 누구에겐가 영영 잊혀진 동네일지 모른다. 더보기
#006  #006 _ 어느 이름 모를 사진가에게 1. 글이나 사진, 그런 그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은, 결국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2. 잘 쓰여진 글, 혹은 잘 찍은 사진, 그것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자주 괴롭습니다 3. 나를 벗어나고 싶어서 시작된 일들은 나의 가장 먼 곳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4. 사진은 언제나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것 그 사실을 저는 믿습니다 마치 미술치료처럼 말이죠 더보기
#005 #005 _ 겨울 부근 살이 다 빠져나가고 거품이 다 사라지고 보고 싶은 사람을 조금은 야윈 얼굴로 기다리는 겨울 저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