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_[천서봉]결핍들
[천서봉] 결핍들 손가락이 네 개라서 슬픈 밤, 네 개의 손가락이 유언장을 쓰고, 마지막은 그렇게 오는데 도대체 누가 없는 건가요? 이 빈약하고 다복한 밤의 집회, 둘 씩 둘 씩 짝을 지어 생각할까요? 하나가 나머지 셋의 수장이 되면 어떨지요? 주먹을 쥐어봅시다 다시 손가락을 펴 보고, 가위를 만들어 봅시다 다 됩니다 이게 역사인건가요? 소용돌이로 만들어진 얼굴, 그걸 좀 가지런히 펼쳐봅시다 인식되지 않도록, 물이 되어 흐르도록, 물이 되어 흐르다가 갈래갈래 나누어진다면 그 또한 진실입니까? 다섯 개가 아닌 네 개로 사는 일, 하나가 사라졌지만 그래서 더 또렷해진 우리의 밤, 이것은 진실이 아닌 것과 거짓의 차이, 하나는 마지막까지 슬픔입니까? 손가락 하나를 잃긴 했는데 도대체 누가 사라진 건가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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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
#044_담양에서 아내는 내게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고 했다, 쓰다가 안 써도 그만인거잖아, 그래, 그렇지, 난 웃고 말았는데... 아마도 시작에 대한 과다한 고민이 겉으로 드러났었던 모양이다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오랜 트마우마를 시로 보상받고자 했는지 모른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적어도 시에 대해 초조해한다면 타인에겐 그렇게 비춰질만도 했구나 싶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시를 쓰는 일이 즐겁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뭐 이런 것들은 그냥 시작에 동반하는 당연한 것들이니까 담양에 와서 많은 시를 썼다 물론, 모두 초고이지만... 늘 시작은 그런 거니까 문제는 언제나 시가 아니라 삶인 것이지 그걸 잠시 잊을 때가 있다 내 마음 가장 고독한 곳으로 들어가 보는 일, 거기서 들리는 낮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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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036_사진 아마도 저 사진이 수 년전 내 롤플의 첫 롤이었지싶다 폐가의 어느 방에 내리 비치던 햇살, 그러나 저 때만해도, 사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그냥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 되고, 못찍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러던 사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느 날에서부턴가 도드라져서 나는 왜 이렇게 사진을 못찍는가, 부터 시작해서 그 사실이 점점 부끄러워지고, 화가 나고, 마치 시를 습작하던 시절처럼, 사진에 대한 욕심이 커지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사진은 초보에 불과하다 즐거운 초보... 마음을 찍지 못하고 몸을 찍는, 순간을 찍지 못하고 그저 움직임을 찍는, 그건 여전히 내 감성이 모자라서라 나는 생각한다 같은 카메라로 같은 장면을 찍어도 백이면 백, 찍는 사람에 따라 다른 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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